일본 자동차 산업의 뿌리는 ‘토요타’와 ‘혼다’ 그리고 ‘닛산’이다. 특히 혼다는 ‘엔진’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그 성장의 토대를 담금질해온 선수이고, 닛산은 글로벌 무대에서 일본 자동차 산업을 연쇄적으로 확장시켜온 ‘리더’이다. 이런 혼다와 닛산이 이르면 내년 ‘합병’을 추진. 2026년 8월 지주사를 설립해 도쿄 증시에 상장한다.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 대표이사 사장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대표이사 사장이 합병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등에 따르면 닛산과 혼다는 조만간 기업결합(M&A)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곧바로 합병 세부사항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과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경영 통합을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회견에는 가토 다카오 미쓰비시자동차 사장도 참석했다. 지주사 사장은 혼다 측에서 맡기로 했다. 미쓰비시의 합류 여부는 내년 1월 말까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합병 방식은 지주회사를 설립해 그 아래로 기존에 운영해온 각 회사별 ‘브랜드’를 독립 운영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메이드인재팬’으로 전 세계에서 판을 벌려온 경쟁구도 흐름은 토요타와 합병통합지주사로 크게 양분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전혀 다른 ‘게임’을 맞아야 하고, 토요타에 버금가는 거대 글로벌 경쟁기업 출몰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 8월에도 두 기업 수장들은 만났다.
두 기업 수장들이 만났다.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 사장과 마베 도시히로(오른쪽) 혼다 사장이 악수하고 있다. 혼다와 닛산은 내년을 기점으로 합병 마무리를 추진한다.
일본 넘어 글로벌 통합 시너지 보는 혼다, 닛산 합병 하는 이유는?
혼다와 닛산이 합병하게 되면, 현재 닛산이 24% 지분을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도 새롭게 만들어 세우는 ‘혼다닛산의 지주사’로 자연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혼다, 닛산 그리고 미쓰비시까지 3사가 뭉쳐지는 셈이 된다. 사실상 매머드급 공룡의 등장인데 현재 혼다의 판매량은 약 398만대, 닛산은 337만대로 이 둘 기업만 합쳐도 연간 735만 대여서 글로벌 3위인 현대차그룹의 730만대를 앞지르게 된다.
‘혼다 0 시리즈 콘셉트 모델 스페이스-허브(Space-Hub)’. 혼다는 미래지향적인 모델들을 수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미쓰비시 판매량까지 올리면 연간 이들 3사 판매량은 단순 계산해도 810만대를 넘기기에 현대차그룹은 4위로 밀려나는 구조다. 시가총액 면에서도 520억달러 규모의 매머드듭 기업이 나오게 된다.
이처럼 혼다와 닛산이 물리적 기업통합을 이루는데는 중국 BYD 등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이 치솟고 있는데 기인한다. 실제 판매량 역시 ‘중국차’에 밀려 ‘일본차’는 매년 실적이 떨어지고 있어 최후 방어책으로 남겨 놓은 마지막 히든카드이던 ‘합병’마저 선택한 것이다.
한국-중국-일본, 완성차들 경쟁, 어떻게 될까
‘합병’을 이루게 되면 ‘일본차’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예컨대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과 닛산의 글로벌 연계 사업 확장력이 결합되면서 ‘전기차’ 부문 비지니스 경쟁력이 커질 수 있게 된다. 또 비용 절감 및 효율성 향상이 도모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가격 경쟁력이 오르게 되고, 새로운 판매 증대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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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지난해 10월 11세대 ‘올 뉴 어코드’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 연비는 실연비 기준 25km/l를 넘어서는 차량이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선정한 ‘대한민국 2024년 올해의 하이브리드 세단’을 차지하기도 했다.
더불어 양사의 합병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 세계가 풀어 나가야하는 EV 충전 안전성 및 장거리 주행거리 효율성 면에서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조 문제, 문화 차이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합병 결과를 얻을 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
완성차 업계에 한 고위 임원은 “닛산과 혼다의 결합은 특히 현대차그룹에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고 볼 수 있다”며 “결국 통합의 목적은 해외시장 강화이지, 일본 내수 견인이 아닌 것은 자명한 것이기에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는 실력을 더 키우고, 충전 효율성 증대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그리고 신흥 시장은 물론 유럽,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입지를 더 다져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