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4-VI-69 #65
12월 20일(수)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올해의 마지막 경매인 12월 경매가 개최된다.
101점, 약 70억원어치가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는 김환기의 뉴욕시대 십자구도 작품 ‘4-VI-69 #65’(7억5000만~20억원)를 선두로, 데미안 허스트의 ‘Untitled’(5억8000만 ~ 9억원), 야요이 쿠사마의 ‘Aching Chandelier’(4억6000만~8억원), 아야코 록카쿠의 ‘Untitled’(2억7000만 ~ 4억원) 등이 새주인을 찾는다. 박서보의 작품은 총 7점이 경매에 오르는데, 100호 사이즈의 연필 묘법 작품 ‘묘법 No. 213-85’(8억3000만 ~15억원), 100호 크기의 후기 묘법 ‘묘법 No. 010731’(3억8000만 ~ 6억원)과 300호에 달하는 붉은 색 색채 묘법 작품 ‘묘법 No. 101104’(5 ~ 10억원) 등이다.
이 밖에 5호 ‘묘법 No. 120323’(8000만 ~ 1억5000만원)과 25호 ‘묘법 No. 940302’(1억5000만 ~ 3억원) 등 다양한 크기의 작품이 출품돼 선택의 폭을 넓힌다.
최근 베를린의 함부르크 반호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시작한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No. 77013’은 4억3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에, 하종현의 ‘접합 18-05’는 1억9000만원에서 3억원에, 김창열의 100호 작품 ‘회귀 SA07012’는 9000만원에서 2억원에 출품된다.
또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으로, 신문지에 유채로 그린 ‘무제’는 6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이대원의 ‘농원’은 6000만원에서 1억원, 이건용의 ‘Bodyscape 76-1-2019’는 5000만원에서 8000만원, ‘Bodyscape 76-3-2022’는 4500만원에서 8000만원, 이배의 ‘붓질-SK15’와 ‘붓질’은 각각 6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1000만원에서 2000만원에 경매에 오른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오랜만에 다양한 기법과 모양의 청자와 백자 21점이 출품된다. 이들은 모두 시대를 대표할 만한 중요한 특징을 지닌 도자기들이다. 또 운보 김기창의 ‘죽림칠현’(5000 ~ 7000만원), 오원 장승업의 ‘화조영모도’(3200 ~ 5000만원), 소정 변관식의 ‘하경산수’(1200 ~ 2000만원) 등 회화 작품, 그리고 ‘서안’(500 ~ 800만원)과 ‘사방탁자’(400 ~ 800만원) 같은 목가구도 경매에 오른다.
경매 프리뷰는 12월 9일(토)부터 경매가 열리는 12월 20일(수)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품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며,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이다.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30분)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또는 전화나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0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주요 출품작
이번 경매에 출품된 김환기의 뉴욕시대 십자 구도 작품은 화면을 사 분할해 각각의 모서리에서 번져 나오는 색면의 구도가 인상적인 깊은 작품이다. 선이 분할하는 면 또는 면끼리 맞닿은 선은 서로 뫼비우스의 띠를 그리며 퍼져 나가는데, 점·선·면에 대한 조형적 탐구가 이뤄지던 시기의 작품이다. 또 수채로 그린 것처럼 번져가는 색은 파리 시절 두터운 마티에르에서 벗어나 뉴욕에서 김환기가 시도했던 회화적 실험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4-VI-69 #65’는 뉴욕 시대에 보이는 독특한 색의 표현, 그리고 대상과 모티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구성을 통해 완전히 순수한 추상의 세계, 즉 절대 추상의 세계로 한 걸음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세계적인 유명세를 가진 데미안 허스트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1988년 골드스미스 학생들과 기획한 전시로 주목받기 시작해 ‘yBa(young British artists)’로 불리는 영국 현대미술의 부활을 이끈 장본인이다.
‘죽음과 예술’이라는 주제를 잘린 상어, 죽은 소, 박제된 나비,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 등 엽기적이고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극적으로 표현하기에 비판과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 역시 삶과 죽음에 대한 탐구를 핑크색 하트 모양의 캔버스에 무지개 빛깔의 아름다운 날개를 지닌 나비를 붙여 나타냈다. 언뜻 아름답게 보이는 작품이지만, 그 뒤에 숨겨진 비극적인 생물의 고통과 절망을 감출 수는 없다. 나비 대학살의 장면이 그의 작품에서는 희망과 아름다움으로 변모한 것이다.
박서보의 작품은 초기, 중기, 후기 묘법이 모두 출품된다. 1985년 작품 ‘묘법 No. 213-85’은 ‘연필 묘법’이라고도 하는데, 네 살 난 아들이 한글 쓰기 연습을 하며 쓰고 지우고 또 쓰는 모습에 착안해 시작됐다. 1991년에 만들어진 ‘묘법 No. 910116’은 ‘지그재그 묘법’ 작품으로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고유의 수제 닥종이를 물에 불려 캔버스에 여러 겹 올리고, 그 위에 물감을 발라 마르기 전에 문지르거나 긁고 밀어붙이는 등의 행위를 반복해 완성한 작품이다. 후기 색채 묘법은 화면에서 손의 흔적을 없애고, 막대기와 자 같은 도구를 이용해 화면에 도드라진 선과 고랑처럼 파인 면을 만들어낸다. 300호 대작과 5호 사이즈의 붉은 색 묘법 작품이 매력적이다.
이번 경매에는 다양한 기법과 모양의 고려 청자 7점, 조선 백자 14점이 출품되는데, 이들은 모두 각 시대를 대표할 만큼 중요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청자상감포류수금연화문매병’은 고려의 독자적인 문양이자 고려 후기에 즐겨 제작된 ‘포류수금문’이 그려져 있어 고려청자의 전개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작품이다. 더욱이 여타 청자상감포류수금문매병에 비해 도상의 배치와 구성이 매우 특이할 뿐 아니라, 청자에서 분청사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특성을 잘 담아내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 ‘청자퇴화초화문유병’, ‘청자상감운학문합’ 등 소소한 아름다움을 지닌 청자 소품도 출품된다.
조선 백자에서는 ‘백자청화편복모란문시명병’과 ‘백자청화포도문호’가 눈길을 끈다. ‘백자청화편복모란문시명병’은 ‘모란당초문’과 함께 시가 새겨져 있는데, 도자기의 문양과 시의 내용이 상통한 것을 미루어 볼 때 도자기 주문자가 자신이 애호하는 시를 직접 쓴 것으로 보인다. 본 출품작은 시와 그림, 기술이 한데 어우러진 19세기의 문화적 산물인 셈이다. 20cm의 아담한 기형인 ‘백자청화포도문호(白磁靑畵葡萄文壺)’에는 다산의 염원을 담은 포도가 앞뒤로 그려져 있다. 풍요로움을 기원했던 조선 후기 민간의 염원이 그대로 담겨 있는 작품이다.